사람사는 이야기 72

혼술의 종말

몇 달 전 건강검진을 받은 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정도 혼자만의 세계를 마음껏 유영하며 감정이 정화되는 시간이었던 혼술의 낭만과 이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몇 년 전 의사의 절주권고에는 술이 주는 정서적 효용성을  내세우며 무시모드의 태세였는데 최근의 두 번째 경고성권고에는 나의 생물학적나이도 고려해 태세전환하기로 마음을 살짝 고쳐먹고 넉 달째 실천중이다. 물론 아직까진 금주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 직원들과의 회식이나 가족여행시 어쩌다 술과 어울리는 음식이 나오면 반주를 하는 정도의 사회적관계의 유연함을 위한 음주의 끈은 놓지않고 있는 중이다.음주의 빈도가 두세 달의 한 번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술을 완전배척하는 수준엔 이르지 못한 형국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한 소비했던 음주의 시간들..

성선설, 성악설이 전부 맞다는 생각

예전에는 세상의 밝은 면만 볼려고 애쓰고 어두운 면의 존재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그건 작은비중의 과실이며 개선의 여지에 열려있는 마음이었는데 세상의 많은 현상들을 체험하고 정보를 접하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견해는 순진한 낙천주의자의 습관적 사고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한때는 인간의 원초적본성에 대한 고대학자들의 분류에도 성선설에 방점을 두고서 크고작은 악행을 하는 사람들은 성악설이라기 보단 유년기의 부정적인 환경요인에  의해 변질된 정서가 형성되어 그런거고 살면서 자기반성이나 어떤 변곡점을 만나면 다수가 개과천선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열려있을거란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갈수록 인간에 대한 나의 견해나 가치관도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한편으론 변해야만 살아갈 수..

눈(雪)에 대한 나의 두 가지 시선

아이는 부모에게 평생할 효도를 세 살이전에 다 한다는 말이 있다.짧은 시간이지만 그시간동안 부모에게 무엇과도 견줄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세상에 어떤 것들은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이라도 내마음속에 각인되는 임팩트가 중요한 경우도 종종 있다. 내겐 눈에 대한 분명한 두 개의 표상이 있는데 하나는 서정적인 미장센이고 다른 하나는 전투적인 삶의 현장이다. 현재는 후자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있다. 눈이 축복이자 하늘에서 내리는 꽃가루처럼 아름답고 신비스런 감정이 충만했던 기억은 10대후반 대입수험생이라는 불안정한 시기에 우연히 알게 된 첫이성친구와 대입시험직후에 만나 종로일대를 돌아다니며 판타지같은 경험을 할 때 내렸던 눈이 순수한 마음과 시선과 ..

그해 남해

나는 산과 바다를 다 좋아하지만 바다에 갈때 더 설레고 기대감도 훨씬 충만해진다.아마도 이건 산은 일상처럼 자주가고 바다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가게 되는 이유도 한몫할 것이다. 바다도 비교적 자주가는 동해나 서해보다 몇년에 한 번 가게되는 남해일때는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더 증폭되는 것 같다.남해의 매력은 어쩌다 보게되는 낯설은 신비감도 있겠지만 한려수도와 바다의 정취가 다채로운 직조물처럼 곳곳에 펼쳐져있는데 있다. 이번 남해여행은 내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와 자본주의의 맛을 만끽하게 하며 여행의 또다른 선택지를 주었다.차로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장거리드라이브를 통한 시각적, 사색적경험들도 좋아하는 편이라 젊은 시절부터  당일치기로 심야에 돌아오거나 1박정도하며 텐트나 저렴한 민박으로 숙박은 해결하고 오롯이..

타인에 관대한 사람의 품격

유명인들도 그렇고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중에도 `능력있다', `대단하다', `자산이 많다' 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들은 꽤 있어도 `멋있다', `품격있다', `존경스럽다' 라는 평판을 듣거나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사람은 흔치않다. 그만큼 대표적으로 품격있는 사람의 아우라같은 건 천성적인 부분도 있고 유년시절에 통합적인 발달이 잘 이루어져야 하며 살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과 수련을 끊임없이 해야만 그런 면모가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명인중에 글로벌스타급 영화배우로 국한해보면 `키아누리브스', `주윤발', `리차드기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떠오른다.그사람들마다 약간씩 결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 삶의 가치추구, 사회적공헌을 위한 다방면의 활동을 보고 있자면 직업이 ..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소회

두어달전 백세를 바라보시는 노모의 생신잔치를 분위기좋은 한정식집에서 마치고 2차로 전망좋은 까페에서 즐거운시간을 보낸후에 뿌듯한 마음을 안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에 형과함께 생활하는 어머니하고는 이틀이 멀다하고 통화를 하는 편인데 그날 이후로 무슨연유인지 예전과 다르게 통화할때마다 건강검진을 받았냐고 내게 물어오시는 것이 낯설었지만 가끔씩 건진은 받는편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답변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받은적 있냐고 되물으시면서  걱정스런 뉘앙스로 말씀을 하시길래 조만간 받을 거라는 말로 다시 안심을 시키고서는 갑자기 건진을 권유하는 이유를 어머니에게 물어보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기는 어려웠다. 전혀 짐작이 가지않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잘먹고 항상 건강관리에 신경쓰라는 여느 부모님들이 자식..

동상이몽은 인간의 숙명인가...

같은공간에 친밀하거나 정서적교류가 가능한 특별한관계의 사람과 함께 있을 때에도 각자 생각이나 지향점은 차이가 있을수 있다는 의미의 동상이몽.아마도 비슷한 맥락에서 대척점에 있는 표현은 매사에 모든 것에 찰떡같이 함께 반응한다는 일심동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때는 부부관계의 상징적의미로 또는 천생연분의 척도로 일심동체라는 표현이 난무한 적도 있었는데 이젠 거의 고사어가 되어가는 느낌이고 TV예능 부부관찰프로그램에서도 동상이몽은 있어도 일심동체가 없는 것을 보면 시대적, 사회적변화의 흐름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찌생각하면 동상이몽의 기저에는 개별적,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지향하려는 의지가 숨어있고, 일심동체는 진정 천생연분인 사람간의 자연스런 일체화도 있겠지만 사회적압력이나 안정적이고 순응적인 삶..

두 번째 화살에 맞지말라.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첫 번째 화살은 피할수 없더라도, 두 번째 화살에 맞지말라.여기서 첫 번째 화살은 상대방의 독설을 뜻하고, 두 번째 화살은 그로인해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나 번민같은 부정적감정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살다보면 타인에 대한 평가를 대부분 부정적으로 하거나 사소한 상대방의 태도나 생활습관마저도 자신과 다르거나 자신의 이해범주를 벗어나면 그걸 기필코 폄하하는 사람을 만나게된다.그런사람의 특성은 자신은 잘모르겠지만 심리학적으론 열등컴플렉스가 심하거나 자아팽창성향이 강해서 타인의 어떤성취를 위한 노력이나 인격을 낮게평가하면서 자신의 비천한 상황을 인지부조화로 상쇄하려는 미성숙한 인격의 발현이라 생각한다. 그런걸 안다고 해도 삶에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 중에..

시절인연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짧았던 길었던 나와 인연이 되어 좀 더 친밀하게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냈던 학창시절의 친구나 이성친구, 사회생활속에서 특별히 서로에게 물심양면으로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들 중에 여러가지 연유로 현재는 교류가 거의 없지만 그동안의 삶의 궤적은 어땠는지, 한 번 만나게 되면 어떤 감정이 다시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만남을 다시 이어가게 될런지 같은 것들인데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드물다. 옛말에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수 없다.'는 것도 지나간 인연은 추억의 한자락으로 남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시절인연과 맥락이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시절인연'이란 표현이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회자된 것이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내게 의미심장하게 이 표현이 가끔  머릿속을 맴도..

내가 행복감을 느낄 때...

- 노모와 점심을 함께 할 때 - 구매한 책을 보게 될 때 -  토요일 이른 아침 누워서 유투브 볼  때 - 핸드폰에 저장해 둔 트래킹여행을 실행할 때 -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동시성을 느끼는 사람과 대화할 때 - 가족과 시간들여 그럴듯한 곳에서 식사할 때 - 나의 노고가 인정받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 일터의 아이로 부터 멋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 일터의 아이가 친밀감의 최대치로 호감을 내게 표현해 올 때 - 신체기능의 이상느낌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연치유 될 때 -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로 일터의 일상에 영향이 없을 때 - 오랜만에 몰입감있는 영화를 마주할 때 - 어떤 성과로 인해 유능감을 느낄 때 - 탄천에서 자전거라이딩 후 근력운동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