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엔 운전을 하며 가고 있는데 앞차의 뒷유리창에 붙어있는 문구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심심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아마도 초보운전이라 그런 문구를 차에 붙이고 다니는 것 같은데 운전자를 볼수는 없었지만 짐작컨데 세상을 겸손하게 살며 남에게 민폐를 준다는 것에 스스로 용납이 되지않는 인격의 소유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보니 사회가 각박해 졌을지 모르지만.
그 차의 문구가 이글의 제목이다.
90년대초 내가 막 운전을 하던 시기에 운전초짜들은 교통법규상 의무적인건지, 권고사항이었는지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초보운전>이라는 표시를 차뒷유리창에 2주간정도 부착을 하는 것이 노멀인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90년대엔 초보운전자들의 초보운전을 표현하는 문구들이 그사람의 재치와 유머를 함축적으로 나타내 주어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했고 운전하면서 그런 차들을 보는 것이 운전의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 세상을 심각하고 점잖게 살던 사람들은 <초보운전>이라는 교과서적인 문구만을 달고 다녔지만 남의 주목받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재치있고 재미난 문구들로는 <첫경험>, <첫나들이>, <헷병아리>, <올챙이>, <처음이예요 살살 다뤄주세요>, <직진만 3시간째입니다>, <답답하시죠 저는 죽을지경입니다>, <저도 이러는 제가 싫어요>, <밥은 하고 나왔어요>-(주석)참고로 이문구는 아줌마들이 주로 애용했는데 그 이유는 그당시에 아줌마들의 운전 붐이 일어나다 보니 기존의 운전의 주류를 이루었던 아저씨들이 교통흐름에 방해를 주는 아줌마들에게 주로 날리는 멘트(아줌마! 집에서 밥이나 하지 왜 차는 끌고 나와가지고 말이야)에 대한 아줌마들의 애교섞인 항변이었다.
요즘에 아저씨들이 그런 말을 했다간 아마 본전도 못찿을 텐데 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 당시 사회상의 한 단면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 본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안에 초보 있다>, <초보가 타고 있어요>... 등인데 센스가 코미디 작가수준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민폐를 줄 때가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의도적인 민폐만 아니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에 용서를 해 줄 정도의 아량은 갖고 있고 설령 의도된 민폐 일지라도 곧바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면 미웠던 감정들이 희석되어 용서를 하고 오히려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이 인간의 참모습 일지도 모르는데 요즘은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해줄 기회를 갖기도 어려운 세상이 된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세상에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 무슨 잘못도 아닌데 미리 용서를 구하면서 운전하는 사람은 살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일 것이다.
그 짧은 문구 하나가 우리네 세상에 희망의 메세지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앞서 간 거겠지만 잠시나마 내 입가에 작은미소가 흘렀다.
그러고 보니 겸손한 말 한 마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이 떠오른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가장 지혜롭고 슬기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다들 잘났다고 들이대는 우악스런 세상에서 군계일학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냥 난 인간미가 폴폴나서 그런사람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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