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 보통의 존재 >

놀이수호천사 2010. 1. 19. 00:33

나이를 먹어 갈수록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요즘은 누구를 만나서 시끌벅쩍놀거나 떠들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서점에 들러서 읽고 싶은 책을 보거나 구매하는 것이  내겐 더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여가가 생기면 서점에 가거나 극장에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도 허전한 마음을 다듬는데 별로 도움이 안되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몇일전에 서점에 갔다가 고만고만한 제목의 수만권의 책속에서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보통의 존재>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작가 역시 무명이자 그의 처녀작인 것 같은데 조금 읽다보니 공감도 많이 되고 나름 인생의 내공이 쌓인 사람같아서 궁금해진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언더그라운드 인디밴드의 리드보컬이 집필(?)한 자전적인 수필이었다.

그룹명도 재미있는 <언니네 이발관>이란다.  

 

팀명부터 위트와 포스가 느껴지면서 웬지 인디밴드들은 팀명을 독특하게 작명하는것이 불문율같은 그들만의 룰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장기하와 얼굴들> , <크라잉넛> , <요조> , <노브레인> , <황신혜밴드> 등 범상한 제목은 거의 없다.  

그래도 노래하는 보컬그룹이 <언니네 이발관>이라니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팀명만큼은 한 번 들으면 잊어지지 않는 것이 비지니스 네이밍면에선 일단 성공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세 지향적이다보니 서점가에서 한자리 한다는 책들의 제목은 하나같이 <독하게 공부하는 놈이 성공한다>  <성공하려면 인간관계를 잘해라> , <오바마같이 되려면 앞으로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 <한국의 여성들이여 힐러리처럼 살아라> 등등.. 인데  이런식으로 책을 써야 그나마 팔릴까 말까하는 불경기 속에서 얼마나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진 모르지만 <보통의 존재>란 이 책은 무척 진솔하고 가벼움 속에서도 철학적이며 재미도 있는 그런 내용들이 참 인상적이다.

 

책속에 나오는 표현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사랑하는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다가 시간이 늦어지면 집으로 각자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고 조금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하게되면 데이트 자체가 없어지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참 위트있는 표현이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보게 만든 포인트가 되어 준 것 같다.  

 

자신이 저명인사나 갑부가 아닌 보통의 존재라도 다양하게 사색하고 감성적인 인생을 산다면 얼마든지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수 있다.  

전제(前題)는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작가나 내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찌보면 보통사람들이 자신만 잘 다스리면 제일 행복할 수도 있다.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정도의 노동과 책임을 갖고서 살아도 누가 태클을 걸지 않을 뿐더러 내 삶을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타이거우즈나 이건희 같은 존재가 이세상에 있다는 것을 너무 동경하면 안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들이 누리는 것을 내가 누리지 못하듯 그네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내가 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우리나라 10대그룹에 들어가는 회장이 매스컴에서 하는 말이 죽고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세상 모든 것이 거져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어는 시점이 되면 자신이 천재성이 없거나 초능력자가 아닌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나역시 어떨땐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고독해 지기도 하지만 그런데 너무 심취하면 세상이 너무 우중충해 보이니 빨리 빠져 나오려고 애를 쓸때가 있다. 

 

나는 천재성이 없음은 순순히 인정했지만 내가 초능력이 있다고는 아직도 맹신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내 인생의 히든카드로 갖고 있으며 딱 한 번 밖에 꺼내 쓸수 없다고 생각 하기에 정말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나에 대한 위안인지 격려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긍정의 힘이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력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