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한 비평보다는 타인에 대한 비평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철학자가 말하길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남을 비평하는 것이고 ,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을 아는 것' 이라고 말한 것 같다.
나의 특이한 습성 중에 하나는 가끔씩 내 주변의 사람이나 군중들의 모습들을 무슨 활동사진을 보듯이 사색하며 고찰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자주 그러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어쩌다 한 번씩 그런 내 자신을 발견하니 조금 남들과 다른거지 정신적인 무슨 결함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만히 고찰해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몇가지 공통적인 행태를 발견하기도 한다.
몇일 전에 사회에서 비지니스 관계로 만났던 거래처 사장과 오랜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대뜸 나를 형님으로 대하고 싶다고 무슨 선언하듯이 말을 하는데 그 이유가 타당성이 있어서 받아 주기로 했다.
그 친구왈 ' 그동안 사장님과 자기가 '갑'과 '을' 관계라서 깍듯이 사장이라고 대우했지만 이제 거래관계가 끝났으니 그냥 형님으로 대하며 편한사이로 만남을 지속하고 싶단다.
내가 인생을 헛살지 만은 않았구나 하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기도 하면서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났던것이 나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내들이 한두번 만나서 술자리라도 갖게되면 의리를 찿고 남자의 세계를 들먹이며 나보다 한 살만 어려도 다들 나를 형님으로 모시고들 싶다고 한다 . 내가 그렇게 고사하며 그런 관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사장이라는 호칭이 거리감을 준다면 그냥 인생선배로 대하라고 말을 해도 굳이 형님으로 모시고 싶다고들 난리를 친다. 참 웃기는 남자세계 중의 한단면이다.
더 웃기는 건 지금껏 어림잡아 20여명이나 되는 그 친구들이 지금껏 의리를 지켰으면 아마도 나는 김태촌이나 조양은이 무섭지 않은 Godfather 여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은 그 친구들이 그런 말을 그렇게 가볍게 할때 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아는한 사심있는 사람들은 상대나이가 한살만 많아도 상대가 가진것이 있고 베푸는 스타일이라면 하나같이 꼬리를 내리며 형님을 운운하는 특성이 있다. 그것도 처음 아니면 두번째 술자리부터 하는 공통점이 있는것이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난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사내들이 의리찿고 남자세계가 어떻구 하는걸 별로 신뢰하지도 좋아 하지도 않고 그냥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7년동안 나랑 거래하며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그 사장이 비지니스 관계가 이제 끝났으니 사심없이 인간적인 만남을 갖고 싶고 내가 나이가 몇살 많다보니 형님으로 대하고 싶다는 데에는 진정성이 느껴져 나는 수락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하는말이 '형님은 단점이 뭔지 아세요?' 하길래 내가 '뭔데' 했더니만 '너무 착하다는 거예요' 하는데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여러사람 한테 많이 들어서 식상하기도 했지만 속으로 요즘 세상엔 살아보니 착하다는 것이 단점이라는 것이 궤변같지만 부정하기도 힘든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나도 알기 때문이다.
세일즈맨 생활 10년에 가구유통업으로 회사경영을 10년하다보니 어림잡아 그동안 수만명의 사람들을 직업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고 그중에 고객이 되어준 수천명의 사람들 중에는 진솔한 인생사를 나눌 정도로 사적인 관계로 발전하다보니 나름대로 인간들의 속성을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내 특성 중에 하나가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물끄러미 고찰하는 습성까지 있으니 설상가상으로 파악이 된다.
그 중에 처음엔 고객과 세일즈맨 관계로 만났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서 전화통화를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업무적인 관계로는 13년이나 지나서 공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그냥 남자로서 서로 호감을 주고 웬지 전화통화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서 지금도 가끔 통화를 하게 만드는 그런 사내다운 남자다.
그당시 치열한 공개입찰경쟁 속에서 타사의 물질적 유혹도 많았을 텐데도 자기회사가 나를 선택하도록 사장의 결심까지 흔들어 주었던 사람인데 그 흔해빠진 로비 거래도 하나없이 서로의 인간적인 신뢰와 호감만으로 주어진 프로젝트를 함께한 기억이 지금도 내겐 생생하고 진정 이런 것이 남자의 의리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고 흠모하는 스타일의 남자는 사심없이 변함없는 캐릭터를 갖고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가꾸어 가는 그런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참 흔치않은 사람들인데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자신의 이익을 쫓아 방황하는 영혼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다 그런 인간들만 있는 것이 아니니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남자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롤모델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 가는데 그래서 우리네 아버지들의 역할과 말 한마디는 그만큼 중요하다. 여자들은 아마도 이런 남자세계의 메카니즘을 잘 모를지 싶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아버지만큼 남자답고 사심없이 살아온 멋진남자를 본적이 없다.
야인시대의 시라소니같이 고독한 영웅으로 세상에 떠들썩한 족적을 남기진 않았지만 내 가슴엔 최고의 남자이자 영웅이다.
몇년전 아버지의 죽음과의 투병을 3년동안 함께 하면서 정말 남자의 강인함과 초인적인 인간의 모습을 나는 곁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지금도 자주 아버지가 그리운 건 그처럼 멋있었던 남자를 이세상에서 더이상은 볼수 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
눈 비 그리고 사람
이 세가지는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그 사람의 단점이 그 사람의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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